시스템 확인

그때 오사카는 신입사원들이 시작하는 시기였다. 여자 신입사원들이 한결 같이 입고 있었던 그 베이지색 바바리처럼, 점잖고 튀지 않는 건물 디자인과 외벽 색깔이 한결 같아 보였던 오사카 시내. 우리 내외는 그중 하나에 들어가 일층에 있는 아케이드 상점들을 둘러 보고 있었다. 한쪽에는 수십명 신입사원들이 모여 있었는데 아마도 첫날 소개식을 기다리는 듯 하였다. 문득 나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아내가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나는 그 입구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아내의 가방을 들고. 들어가는 일본인 여자 두세명이 아마도 짧은 농담을 던지며 웃으며 갔던 기억이 난다. 잠시후 아내가 랄랄라라 하면서 나오는데, 동시에 제복을 입은 경찰관 혹은 보안회사에서 나온 듯한 남자가 급히 여자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며 큰 소리로 무언가를 외쳤다.

나는 이게 무슨일일까 왜 남자가 갑자기 여자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면서 소리를 지르는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아내를 바라 보았다. 아내도 의아한 듯. 그때 아주 적으나마 이것이 혹시 아내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서늘한 느낌이 뇌리를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다.

밖으로 점잖게 걸어 나오면서 물었다. ‘별 일 없었지?’ ‘응. 그런데 물내리는 손잡이를 찾는데 좀 어려웠네.’ 공용화장실은 포함한 일본의 거의 모든 화장실에는 비데가 설치되어 있고 때로는 복잡해 보이는 버턴이 여러개 달려 있는 경우도 있었다. 아내는 그 중에서 물내리는 버턴을 찾느라 애를 먹었던 것 같았다.

‘어떻게 찾았는데?’ ‘이곳은 새 건물이라서 그런지 더 복잡해 보이더만. 여기 저기 찾아 보다가 한쪽 구석 밑에 빨간색 버턴이 있길래 누르고 나왔지.’

그것은 비상벨이었다. 일본에 있는 다른 많은 시스템들처럼, 그 시스템도 완벽히 작동하는 것을 우리는 확실히 목격하였던 것이다 🙂

두뇌를 위해서 달리기를 한다

인간이, 지금의 인간이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진화 했던 것이 대략 6만년전 쯤이라고 한다. 현대인의 생활 방식으로 살게 된 기간을 넉넉 잡아 100년이라고 치면, 1/600 그리고 이것을 24시간 스케일로 환산하면 채 3분이 되지 않는다. 200년 이라고 쳐도 5분이다. 인류가 현재와 같은 생활방식으로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살지 않았던 기간이 23시간 55분이고, 현재와 같은 생활 방식으로 살아 온 기간은 고작 5분 내외이다.

모택동이 집권하던 시절, 참새를 중국의 적으로 규정하여 온 중국인들이 일제히 참새와의 전쟁을 치렀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어떻게 참새를 잡았냐고? 물론 약도 놓고 공기총도 쏘았었겠지 하지만 엄청난 수의 참새는 그냥 날다가 지쳐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쫒아 내서 아무대도 앉지를 못하게 하니까. 우리 조상들은 치이타처럼 빠르지도 못했고 사자같은 무서운 이빨과 앞발도 없었고 다른 동물들처럼 후각이나 청각이 그리 발달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사냥을 해서 먹고 살았을까? 사냥감이 되는 동물들중 대부분은 인간들 보다 더 오래 더 멀리 달릴 수 없다. 흡사 중국인들이 참새를 맨손으로 땅에 떨어트렸던 것과 같이, 우리 조상들은 수 만년간, 사냥감이 지쳐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뒤쫒아 가서 잡아다가 가족들과 나눠 먹었던 것이다 🙂 아버지만 대표로 뛰었겠나? 그 참새 잡던 시절의 중국인들처럼, 아내도 아이들도 ‘모든 사람들이’ 손에 잡히는데로 아무거나 들고 뛸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같이 걷고 또 뛰었었겠지. 자주 어쩌면 매일.

당연히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사는 것에 유전적으로 각인이 되어 있다. 지금 당신이라는 존재 안에, 조상들의 삶이 대대로 녹아 있고, 역사가 들어 있고 또한 인류가 수 만년 혹은 훨씬 더 오랜 기간 쌓아온 본능이 들어 있다. 이것 잊고 살고 무시하며 지내다가 언젠가는 큰 댓가를 치른다.

걷고 뛰고 운동하면 우리 뇌가 행복해지고 우리 몸이 건강해진다. 그 시간에 앉아서 딴짓을 계속하면 뇌가 불행해지고 몸이 아프게 될 가능성이 확실히 높아진다. 내 경험에 따라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내가 믿는데, 운동 특히 자연속에서 걷고 뛰고 땀흘리는 것을 좋아하며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치고 심신이 균형 잡히지 않은 경우가 드물고, 심신이 균형 잡히지 못한 사람치고 그런 운동 좋아하고 즐겨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균형 잡히지 못한 상태로 살고 있는 줄 조차 전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안 걷고 안 달릴텐가? 머리 맑고 몸 건강하게 잘 산다는데도 🙂

나이 든다는 증거

사람들을 만나면 이야기를 하는 편인가 듣는 편인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70%를 이야기 하고 상대방의 말을 30% 들으면, 서로 반반씩 이야기를 주고 받은 것으로 느낀다고 한다.

대화의 양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화의 소재.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방도 흥미가 있을 것으로 간주하고 떠들어 대는가 아니면, 공통된 어떤 주제를 찾아서 함께 이야기를 주고 받는가?

대화의 소재보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당신 이야기의 주제가 주로 과거 이미 일어났던 것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가, 아니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들 혹은 장차 일어날 일, 계획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가?

당신이, 상대방보다 더 많이 말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늘 떠벌리고, 또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주로 떠들어 댄다면… 이 글 제목이 뭐였더라 🙂

과거에 집작하면 할수록 우리의 삶은 이상하게 뒤틀릴 것이다. 달라이라마.

돈 잘 쓰는 법

하버드대학교 좋나? ‘하버드’하면 껌뻑 죽나?

지난 수 천년 혹은 수 만년간 인류가 총체적으로 더 폭력적이 되었을까 아니면 덜 폭력적이 되었을까? 이런 것 궁금하지 않나? 이런 것들을 연구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학자들이 더 많이 모여 있고 또 그런 연구에 돈을 더 투자할 여력이 있기 때문에 이런 대학들이 세계 최고의 대학이 되었다는 것을 그대도 이미 알고 있겠지 🙂 이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엄청난 자료를 분석하여 출판한 이 책을 통하여 그 대답을 하고 있다.

그러면, 돈 잘 쓰는 방법이나 기술은 학자들이 연구를 안했을까? 물론 했었고 그 분야에 알려진 교수들도 있고 또 출판한 책들도 있다. 아래 타이틀이 그런 논문 중의 하나다. 하버드대학교 교수 한 사람도 저자에 끼어 있네. 이 사람 꽤 유명한 사람이고 우리가 궁금해 하는 유용한 연구들을 많이 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돈 벌기 바쁜 당신을 위해, 내가 요점만 의역해서 서비스 한다. 여덟 가지의 원칙을 이 교수들이 연구와 실험을 통하여 밝혀 냈다. 그런데 왜 아홉개가 적혀 있냐고? 내가 슬쩍 한 개 더 끼워 넣었다. 그것 굳이 찾아서 빼내고 싶거든 원본을 찾아 직접 읽어 보세요~~


If Money Doesn’t Make You Happy Then You Probably Aren’t Spending It Right.

Elizabeth W. Dunn.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Daniel T. Gilbert. Harvard University
Timothy D. Wilson. University of Virginia

1. 물건을 사는 대신에 경험을 사는데 (얻는데) 돈을 쓰고 또 투자하라.
2. 자신을 위해서만 말고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서 돈을 써라.
3. 당신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해주는 작은 구매를 더 자주하라. 크고 비싼 물건을 어쩌다 구입하는 것이 엄청난 기쁨과 즐거움을 오래 주는 것이 아니다.
4. 품질보증 연장이나 보험등에 지나친 돈을 쓰지 마라.
5. 구매한 것들을 천천히 음미하며 소비(사용)하라.
6. 원하는 것들을 얻게 해 줄 가능성을 높이는 환경에 (그런 상황을 만드는데) 돈을 쓰고 투자하라 (맹모삼천).
7. 지나친 옵션 혹은 부가기능을 피하라. 그 물건 자체를 매일 사용하는데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옵션이나 부가기능에 돈을 쓰지 마라.
8.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시샘 때문에 하는 구매를 경계하라.
9.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써서 행복을 찾는지 주의 깊게 보고 배우라.

일년 전 오늘

이곳은 어제부터 공식적인 겨울이다. 월요일 휴일을 낀 긴주말, 아니나 다를까 차가운 비가 주말 내내 쏟아지고 있다. 문득 일년 전 오늘이 생각났다.

일년 전 오늘, 나는 낯선 스톡홀름의 거리를 절룩거리며 뛰었다 걸었다를 반복하며, 눈에 뜨이는 전봇대란 전봇대는 모두 끌어 안고 스트레칭을 하며 끝없이 반복되는 다리 근육경련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 당시 스칸디나비아를 강타했던 이상난동 기후는 (heat wave) 6월 초순 스톡홀름의 한낮 기온을 평년보다 10-15도 높은 섭시 30도 이상으로 끌어 올려, 혹시 너무 추울까 하여 정오에 시작하는 이 스톡홀름 마라톤을 무더위와의 싸움으로 바꾸어 놓았었다.

풀코스 마라톤은 어쩌면 인간의 기력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조리 짜내야 하는 좀 잔인한 면도 있는 것 같다. 30시간 이상이 걸렸던 여행과 더불어 밤낮이 완전히 뒤바뀐 시차로 인해 마라톤 전 사흘 동안 총 5시간 정도 밖에는 못잤던 상황, 지난 수차례의 마라톤 여행들처럼 음식을 준비해 주고 보살펴 주는 가족이 없이 홀로 하는 여행, 그리고 시내를 계속 달리는 코스에 스톡홀름 시민들이 곳곳에서 엄청나게 응원을 한다는 이야기에 혹시라도 난처한 상황이 생길까봐 출발전에 거의 마시지 않았던 물… 이런 조건들이 모여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풀코스 마라톤 준비는, 매 주말에 하는 하프마라톤 혹은 30킬로 내외의 장거리 훈련을 5-10회 정도 보통 포함한다. 나 역시 최대 35킬로 거리의 장거리 훈련을 수차례 하고 떠났었다. 하지만 그날, 약 10킬로를 지나는 순간부터 불쾌하고 이상한 느낌으로 찾아온 근육경련. 물을 마시고 스트레칭을 하고 난리를 쳐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장딴지에서 시작된 근육경련은 허벅지를 타고 거의 사타구니까지 올라와 한발짝을 한발짝을 떼기가 힘든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반쯤은 정신이 없는 상태로, 눈에 보이는 물이란 물은 모두 퍼마시고 눈에 뜨이는 샤워란 샤워에는 모조리 뛰어 들어가 물을 뒤집어 쓴 몰골로 그 아름다운 도시의 거리를 몇 시간이나 헤맨 끝에(?) 스톡홀름 올림픽이 열렸던 그 스타디움이 눈에 들어올 무렵 겨우 정신이 되돌아 왔었던 것 같다. 중간 중간에 서있던 구급차들 (조용히 걸어 들어가면 조용히 마치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 그리고 병원 천막의 유혹을 물리치기가 쉽지 않았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스타디움 트랙에서 사진 찍히는 줄 알며 폼 잡았던 사진들 말고, 마라톤 중간 중간에 찍혔던 사진들을 나중에 가족들에게 보여 주었더니 무척 놀라워 했다. 나도 그런 내 모습은 생소 하였다 🙂 하지만 나는 5시간의 사투끝에 결승선을 내발로 뛰어 통과했고, 완주 기념 티셔츠를 입고 매달을 목에 걸었다.

어제 있었던 41회 스톡홀름 마라톤 영상을 보면서 눈에 익은 거리들과 건물들 그리고 그 분위기를 기억하며 그날이 몹시 그리웠다. 아! 가고 싶다. 다시 한 번 그 아름다운 스톡홀름의 거리를 마음껏 신나게 달려 보았으면… 그날, 가슴에 적힌 내 이름을 불러주며 내 손에 물을 쥐어 주던 그 이름 모를 스웨덴 사람, 잘 살고 있으려나…

그 당시에 썼던 블로그 글에, 나는 땀 흘리는 봄 여름과 추수하는 가을을 이야기 했었다. 한가지 더 배웠던 것이 있다. 땀 흘리는 봄 여름이 반드시 추수하는 가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또한, 어떤 추수의 결과도 내가 땀 흘리며 행복했던 지난 봄 여름을 퇴색 시키거나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도.

일년 전 그때 나는 행복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기억을 하면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