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제목을 ‘그곳에 왜 올라갔냐고? 지금 당신은 왜 그런 질문을 하는데?’ 이렇게 붙였는데 너무 길어서 줄였다.
마리나와 클라우디아는 스페인 카탈로니아에 사는 7살 귀엽고 발랄한 소녀. 너무 이뻐요. 나도 그런 딸 있었으면 좋겠네 🙂 그곳에서는 매년 ‘사람탑쌓아올리기’ 대회가 열리는데, 두 소녀도 한 팀을 대표해서 출전하는 선수들이시다. 가장 겁나지만 또 가장 쿨한 임무를 맡았다. 아저씨들을 밟고 타고 맨 꼭대기에 올라가는 것! 이것 보면 좋은 사진 많이 있으니 더 이해가 될 듯. 그리고 귀여운 클라우디아와 마리나는 여기에서 볼 수 있어요. 사실 나도 그 소녀들을 ‘One Strange Rock’ 이라는 National Geographic 도큐멘터리에서 만났다. 전에 블로그에 몇 차례 언급했던 그 도큐멘터리. 꼭 한번 보기를 그리고 또 보게 되기를… 당신의 삶이 바뀔 수 있다. Overview Effect 라는 현상이 당신에게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세상을 보는 눈이 아마 달라지지 싶다. 왜 마리나와 클라우디아 나오는 사람탑쌓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인간이 인간의 두뇌를 써서 인간의 모습으로 사는 컬러풀한 스넵샷’을 그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아래에 두 번째 예를 들어 더 이야기 하고 있으니 계속 읽어 보자.
Dawn Wall이라는 도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두 미국인이 요새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거의 1,000미터 높이의 수직 암벽을 맨손으로, 수 년을 준비하여 19일에 걸쳐서 오른 인간 드라마다. 이것도 좋은 도큐멘터리다. 나는 우연히 한밤중에 빤스바람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박수를 치면서 보다가 결국은 눈물을 (빤스에) 떨구고 말았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또 다시 보았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박수를 치면서.
우리의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위험 천만한 암벽등반을 하는 미친넘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과 내가 직면하는 우리 삶의 실체를 그 본질을, 이 두사람은 어떻게 받아 들이고 상대하는지 보여주는 ‘드라마’다.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인 2시간짜리 주말 드라마다. 이런 것을 사람들이 돈들이고 힘들여 촬영하고 편집해다가, 나 같은 사람이 코딱지 후비면서 집에서 편안하게 보게 해 준 것을 나는 매우 감사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요즘 같은 세상에는 3년 수행하면 해탈해야 한다고 했지 싶다 🙂
암벽등반을 잘 모르는 우리들은 이 두사람이 이룬 성취가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른다. 그 성취의 크기로 그들의 크기와 깊이를 재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좀 감이라도 있으면 좋지 싶어서 예를 들어본다. 이들이 수 년의 준비로 그 19일 동안 이룬 성취는, 보통 등산으로 치자면 아마도, 히말라야 8,000미터 이상 14좌를 무산소 등정한 것과 맞먹지 않을까 싶다. 14좌를 성공적으로 등정한 사람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십여개국에 이십여명 있다고 들었지만, 무산소등반은 아무도 해본적이 없는 그야말로 상상이지 싶다 (확인결과 있었음. 틀린 비유지만 그래도 의미는 전달 됬을 듯) 그것을 했다니까 이 두 미친 사람들이 🙂 상세한 내용과 감동은 그대 스스로의 손에 맡기고 나는 이제 본론으로.
다시 말하건데 나는 어떤 어려운 성취를 이룬 인간승리를 주제로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물론 대단한 성취를, 등반가 토미도 케빈도 그리고 이쁘고 씩씩한 클라우디아와 마리나도 이루었지만.
두 암벽 등반가는 그 역사적인 등반 이후에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명사가 되어 수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다. 한 미국의 대담 프로였던가 아니면 뉴스프로였던가에서 어떤 방송하는 사람이 지나가면서 슬쩍 던진 멘트가 있었다. ‘너무 멋지고 너무 훌륭하고 어쩌구 저쩌구… 그런데 그 사람들 그곳에 왜 올라갔다지…’ 내 귀에 딱 꽃혔는데, 그때 본능적으로 내게 떠올랐던 대답이 있었다. 물론 지금 기억에도, 그 멘트가 대답을 요구했던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고, 다만 ‘보통 사람들이 궁금해 할 수도 있는 그런 의문’을 좀 가볍게 던진 ‘약간은 빈정대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 내 대답이 ‘지금 당신은 왜 그런 질문을 하는데?’였었던 것이다. 무슨 뜻인가?
이미 나는 그 멘트가 어떤 대답을 기대했던 것도 아니고 또 악의적으로 했던 것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멘트에 깔려 있는 숨길 수 없는 의미를, 이 세상이 가치를 두는 바로 그 의미를, 나는 순간적으로 간파 했었다. ‘엄청난 돈을 쓰고 장비를 들여 올라 갔지만 결국은 내려 와야 하지 않았는가?’ 아마 이런 의미였을 것으로 나는 생각했었다. 그리고 내 대답은 이렇다.
10부작인 ‘One Strange Rock’에서 어떤 주제로 이야기 하는 어떤 상황에 클라우디아와 마리나가 (다시말해 ‘결국 무너지는 사람탑을 왜 그 난리를 치며 쌓는데요?’ 물을 수도 있는 그런 장면이) 등장했었을까? 바로 인간의 인간 됨. 즉 인간의 두뇌, 창조성, 협동과 같은 인간의 참된 힘에 대해서 말하는 에피소드에 한 예로써 등장했던 것이다. ‘인간의 인간 됨’ ‘인간의 참된 힘’. 더 벌고 더 쓰고 더 폼 잡는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다시말해 더 인기있는 티비프로그램을 만들고 더 인기 있는 인터뷰를 해서 더 이름을 날리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이 전혀 아니고, 무너질 줄 뻔히 알며, 쌓아 올려본다는 것 이외에는 다른 의미가 없는 사람탑을, 매년 돈과 정력을 엄청나게 들여 다치고 싸우고 지랄을 하면서도 쌓아 올리며 울고 불고 사진찍고 뽀뽀하고 생난리를 치고, 그넘의 돌댕이에 기어 올라가 보려고 수 년 동안 수십 수백번을 찾아 가서 (밧줄 타고 꼭대기에서) 이리 내려오고 저리 내려오면서 어디에 손가락을 쑤셔 넣으면 다음 스텝이 나오는가, 손의 한 움직임 발의 한 스텝을 연구하고 기록하고 또 시도하기를 수백 수천번. 그 짓을 손가락이 찢어지고 온 심신이 만신창이가 되고 삶이 정지하도록 했던 결과로, 그넘의 돌댕이에 결국은 기어 올라가서, 좀 있다가 다시 기어내려 오는, 바로 그것에 ‘인간의 인간 됨’ ‘인간의 참된 힘’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왜 사람들이 미국의 위대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지 생각 해본 적이 있나? 잘 만들기 어려운 인공위성 같은 것을 가지고 다른 나라들을 몰래 훔쳐보고 또 제 이익을 위해서 과학기술로 야비한 짓을 하는 넘들이 그곳에 득실 거리는데도? 내 생각에, 그런 인공위성 같은 것들을 만들고 위대한 성취를 이루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에 ‘자기가 좋아서’ 하는거라. 그리고 이 미국이란 나라가, 자기가 좋아서 하는 별의 별짓을 허락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적극적으로 도와주는거라. 왜냐하면 인간의 위대한 성취나 거대한 진보는 이렇게 자기 좋아서 하는 미친넘들로 말미암아 생긴 경우가 대부분이거든. 이것을 알아주고 이해 해주고 박수 쳐주고 대접 해주고 또 정당한 대우를 해주는 나라. 그 나라가 미국이란 말일세.
희망컨데, 이글을 읽고 난 그대가, 언젠가 이런 도큐멘터리들을 보게 되었을때, 그때 그 멘트했던 방송사 사람처럼 ‘뭐야 이거? 돈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저럴 시간있고 여유있으면 무언가 생산적인 것을 하지’ 그런 말 하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그 넘들 (그넘들이 하는 그런 종류의 짓들) 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유인원에서 벗어나 문명인으로 사는 최대 최고의 원인(이유)이자 결과(증거)이며, 또 크고 길게 볼때 온 인류가 발전하게 하는 ‘진짜’ 돈을 벌어주고 밥을 나오게 해주는, 최고로 생산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 의미를 우리 모두가 차차 더 이해하고 깨닫게 되길 바란다. 붓다가 아니라도 좋고 불교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 의미를 이해하여 우리들의 삶에서 나름데로 구현하며 살게 될 때 어쩌면 우리들은 해탈 열반에 그리고 천국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