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를 닦는다.

아내의 구두를 닦는다. 매일 밤 닦는다.

내일 출근 하면서 신을 신발. 돈도 벌어와서 좋지만, 또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행복하게 해주려고 이리저리 뛰어 다닐때 신고 있을 그 신발을. 광내는 기준은 그 옛날 군대서 배운대로, 예쁜 여자를 면회소로 안내하면서 군화를 슬쩍 치마 밑에 넣었을때 그것 색깔 구분이 가능해야…

지금 누워 있다는 그자는 사업의 세계에서는 무하마드알리나 황영조였다. 링위에서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존경 드리고 또 드려도 부족할 분이었다. 그리고 원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구두를 사다가 배우자에게 선물할 능력도 있었고. 하지만 이자는 배우자의 구두를 닦으며 느끼는 그런 행복을 아마 느껴 본적도 또 결코 느껴 볼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행복이라고 했다. 구두를 액면 그대로 닦으라는 이야기도 아니고 그자의 지금 상태를 비웃는 것도 아니다.

돈으로 모든 것들을 살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오직 스스로만 할 수 있는, 자기자신을 갈고 닦는 것을 우습게 여기고 사노라면, 삶의 가장 중요한 것들을 점점 잃게 되고 죽기 훨씬 이전에 이미 0점을 기록하게 된다. 보다시피.

그자는 그 천문학적인 돈을 선용해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스승들을 불러들여 돈버는 틈틈히 참된 행복의 비밀을 알아내기 보다는, 여러명의 창녀들을 돈으로 사고 불러들여 배우자 몰래 노욕을 채우는 삶을 선택 했었다. 그런 선택을 하면서 살면, 어떤 돈으로 무슨 짓을 해도 그런 사랑과 존경을 경험할 수가 없게 된다. 세상의 모든 사람을 그 돈으로 속이고 꾸미고 겁박할 수는 있어도 딱 한사람에게는 절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죽었다가 깨어나도 아내의 구두를 닦아 줄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 이러한 가치들과는 정반대 쪽에 설 수 밖에 없게 된다. 그것도 무지 강경한 태도로.

이자보다도 돈이 많은 사람이 세상에 극히 드물지만 있기는 있다. 그들 중 두세명이 말했다. ‘행복과 성공의 가장 중요한 비결은 금슬이라고.’

오늘부터 구두 한번 닦아 보시지. 구두코로 빤스 색깔 구별 못해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