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인간의 삶이란 (따지고 보면, 결국은) 타고난 유전자와 주어진 환경이 빚어낸 결과물 아니겠나. 주어진 환경에는 가족환경도 있지만 교육환경 그리고 사회환경도 있다. 개미군락의 각각의 개미들처럼, 인간도 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최적화된 구성원들을 생산해 내는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모든 나라와 사회가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강도와 방향은 다르다. 한국처럼 (개인에게 미치는) 사회적 압력과 조직의 영향력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현저히 높은 사회에서는 더욱 더 ‘만들어진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손꼽히는 덴마크도, 사회적 압력과 조직의 영향력이 한국과 못지않아 보이더라. 어떤 도큐멘트리에서 덴마크 젊은이들에게, 이런 세계 최고 수준의 행복이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는가 물었더니, ‘(사회적) 단일성에서 온다’고 하더라. 나와 옆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도 사는 방식도 같다는 의미다. 한국과 덴마크를, 단순히 일차원적으로 비교해서는 안된다만.
나이가 들면, 이 진실을 알아채고 깨달아야 한다. 다시말해, 내 자신은 내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타인들이 (집단의 영향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을. 그리고 차차 남들이 만들어낸 내가 아닌, 참된 내가 있는가 알아보고 찾아보면서, 어느듯 철이 들고 어른이 되는 것이다. 사회화, 주조 혹은 빚어진 것들을 풀어내고 그 힘과 영향력을 빼면서, 자유롭고 시근있는 어른이 된다.
우리를 만들어낸 나라와 사회 그리고 조직은, 이런 진실을 말해줄 의사도 능력도 없다. 그리고 당신 옆 사람들도 마찬가지. 절대로 힌트를 주거나 도움을 주지 못한다. 갑자기 조용기의 빤질빤질 대머리가 떠오르네. 수십년 열성적으로 믿어보고 또 떠들어 보고나니, 결국은 아무것도 없더라는 것을 자신이 깨달은 후에도, 신도들에게 절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아마 제 자식들에겐 행동으로 힌트를 주었지 싶다만. 그자는 ‘결국은 아무것도 없더라’는 것을 자기 노년의 삶에서 명백하게 드러내고선 갔다. 이것을 알아채면 더 이상 속지 않을텐데, 그러지를 못하니 오늘도 그곳에 가서 그 넘 자리를 물려 받은 또 다른 대머리를 우러러보면서 주님주님 하며 산다 (개신교등 종교에 반감도 관심도 없음, 그냥 그넘 대머리 생각이 갑자기 나길래 해본 이야기).
이 진실을 알아채고 깨닫지 못하면, 그냥 남들이 만든대로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다가 떠나게 된다. 그저 주변 사람들보다 한끝 위로 올라가려고 아우성치고 박터지다가 정신없이 간다. 우리들처럼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AI 세대가, 100년전 혹은 1,000년전 조상들과, 외향은 달라보여도 본질은 똑같은 삶을 살다가 간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두번째는, ‘인간이란 정말로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짬뽕’이라는 것이다. ‘I didn’t have sex with her (루윈스키)’ 라고 청문회에서 거짓말 했던 클린튼은, 개인차원에서는 그야말로 닥치는대로 아무데나 쑤쎠대는 수케였던 것 같지만 (백악관에 있을때 힐러리가 던진 재떨이에 얻어맞아 안면에서 피를 질질 흘리기도 했고, 자주 쫒겨나서 소파에서 자곤 했었다는 설이 있다) 이 양반이, 목욕탕 수건 뒤집어 쓴 팔레스타인 지도자와 (아라파트), 훗날 이것 때문에 암살 당한 이스라엘 총리를 (라빈) 쑤쎠서 (일맥상통 하는구나) 만들어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state solution (두 나라로 공존하자는 해법)’ 은 결국은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돕게 되지 싶다. 지금은 매우 나쁘고 시끄러운 상황이지만 길게 보면 결국은 그리 되리라. 또 다른 예로, 이곳 5선의원 법무장관 출신의 유명인과 우연히 몇번 골프를 치면서, 그자의 언행을 보고선 뭐 이런 철부지 무개념한 넘이 다 있는가 싶어서 가족들에게 여러번 욕을 퍼부었는데 (이곳은 빈자리있으면 아무하고나 같이 칠 수 있다. 몇 번 치고선 밥 맛 떨어져 다시는 안친다), 오늘 티비에 나와서, 이곳 집권당에서 원주민들의 권리를 축소하는 법안을 발의하는데 대하여, 법무장관 시절 관련 법안을 만든 사람으로서, 고강도의 비판을 가하며 원주민들의 권리를 진심 지키려는 것을 우연히 보고서는 새삼 이 양반이 달리 보이더라. 아내도, 유아교육과 관련하여 원주민 이야기가 나오면, 그들의 권리를 위해 큰 일을 한 이자의 이름이 반드시 등장한다고 하더라.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아니다. 그리고 밖에서는 (진심) 민주주의 외치고 집에 와서는 (다른 방법을 모르다 보니?) 마누라 줘패는 것도 보통이다. 내가 전달하려는 의미를 강조할려고 유명인들 이야기를 먼저 했지만, 그대들과 나를 포함한 99.99999%의 인간들은, 그야말로 알고도 짬뽕 (이익좇아 의도적으로) 모르고도 짬뽕 (무식하고 무지해서) 이다. 예외없다. 잘못된 사회화의 결과인지, 나는 어릴때부터 이런 부조리 혹은 불균형 (discrepancy)을 못견뎌 했고 비정상으로 여기며 살았었다. 그래서 삶이 그대들과 마찬가지로 엄청 힘들뻔 했었는데, 다행히 일찌기 혹성탈출에 성공하는 바람에 부작용을 최소화 하면서 살고 있다 🙂
일본의 한 유명 여가수가, 전용 버스를 오래 운전해 준 사람과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때 이나라에서 매우 유명했던 장관도 남편이 노가다 출신이었다. 이나라에서는 무언가를 결정할때, 내가 좋은가 싫은가를 앞세우지, 타인들이 어떻게 보는가 또 주변에서 어떤 압력을 가하는가는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아니, 중요하고 말고 그런 생각이 별로 없다. 사실 애초부터 타인들의 삶에 관심이 크게 없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어떤 사회 혹은 나라를 만드는가의 관점에서, 한국과 비교할때 결정적인 차이가 아닌가 싶다 (다음 글에서 더 이야기 하기로 하자). 반면에 한국은 ‘자기 생각’ 그리고 ‘자기 결정’ 등이 어렵고 드문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어떤 상을 (이데아 / 에이도스 혹은 image)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 내고 그것을 서로에게 강요한다. 입시건 결혼이건 아파트건 자동차건 죽는과정이건 구두모양이건 간에. 사회가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원하건 말건 간에 어쨌던 ‘완벽해야 된다’ 아니 ‘완벽하게 보여야 한다’. 따라서 (타인들의) 짬뽕스러움은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배척된다. 그리고 (자신의) 짬뽕스러움은 절대로 드러나서는 안되고 철저히 감추어진다.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움과 추함이, 수성과 신성이 (짐승스러움과 영적임이), 입으로 들어간 것들과 항문으로 나오는 것들이 뒤섞여 있는 짬뽕 자체인데, 그렇게 비현실적이고 황당무계한 것을 만들어 내어 서로를 못살게 괴롭히며 또 자신도 괴롭게 산다는 말인가? 나도 진단은 하는데 처방이 없다.
그대들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 하나 하자. 이곳에서는 로우라이프들 (무식한 하류 인생, 막가는 인생) 포함하여 모든 운전자들이 99% 횡단보도에서 정차하여 보행자를 지나가게 한다. 경찰이나 CCTV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다. 보고도 무시하며 그냥 지나가는 넘은 정말 몇년에 한번 볼까말까다. 반면에 한국은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운전자들이 그 크고 거룩해 보이는 차를 모시면서도 99% 횡단보도에서 정차하지 않는다더라. 무었이 이런 괴상한 상황을 만들었을까? 어떻게 설명하지? 수십년 전, 진즉에 내가 낌새를 채고 혹성탈출을 감행 할 무렵, 어떤 티비 프로그램에서, 한 일본 지식인에게 (아마 친한파였던듯), 한국이 장차 선진국이 되려면 무었이 필요할까요 물었더니, 이 양반이 뜬금없이 ‘지하철이나 식당에서 마구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엄마들이 통제하기 시작하면’ 이렇게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강산이 여러번 바뀌어 한국인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졌지만, 그 이외 다른 것들은? 더 나아지고 더 행복해졌나?
이렇게 진단하는 나도 product of Korea 이다보니 아직도 이런 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product of Korea 인 덕분에 버벅거리는 영어로 이곳에서 그나마 밥이라도 벌어 먹고 사는 면도 있다. 마치 K-문화니 하면서 외국에서는 열광하는데 (잘 팔리는데), 정작 그 문화의 원인이자 결과인 한국인 개개인은 그리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사는 (실상은 별로인), 또다른 한국적 짬뽕스러움이라고나 할까.
인생이 짬뽕임을, 자신이 짬뽕임을, 그리고 타인들도 짬뽕임을 보고 받아들이고 또 어느 정도는 드러내게 되면 삶이 나아진다. 더 자유로워지고 무었보다도 더 자연스러워 진다. 쓰고 나니 첫번째와 두번째가 결국은 하나였구나 깨닫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