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오선이 그리고 머시쉽

개 좋아하세요? 사진속의 개 두마리가 닮았지요? 레브레도라는 종으로, 개들 중에서 영특하기도 하고 또 성격도 좋아서, 세계적으로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하네요.

뼈다귀를 옆에 두고 앉아 있는 개가 ‘버디’인데, 우리 아이가 어릴때 와서 오래 함께 지내다가 작년에 뽕~ 지구를 떠났고, 등에 가방을 매고 있는 개가 ‘오선이’인데, 이 신문 기사대로 어떤 미친넘이 납치하여 개소주로 만들어 먹고는, 지금 재판장에 끌려 다니며 곤욕을 치르고 있는 그런 상황이 되겠습니다.

죽은 개들이지만, 난 이 사진들을 보면 슬며시 웃음이 먼저 나와요. 귀엽기도 하고 또 지난 시절 기억이 나서 그렇겠지요. 개를 키워본 사람들은 이해가 될 듯… 오선이 개주인처럼, 개를 가족의 일부로 여기고 흡사 자식처럼 키우는 사람이 한국에는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는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개를 무슨 아이니 하면서 극성을 떠는 것은 거의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개가 개답게 살도록 사회적인 장치도 있고 또 사람들도 대부분 노력하지요.

‘머시쉽’ (Mercy Ships) 혹시 들어 보셨나요? 이전에도 보았었지만, 근래에 BBC도큐멘터리로 아프리카 머시쉽을 방영한 것을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내가 사는 이곳 사람들은, 작고 외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원봉사자로 (임금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자비로 모든 여행 및 승선경비 지불해야 함. 기간에 따라서 수백에서 수천만원) 이 배를 타고 아프리카에서 의료 봉사를 한다고 합니다. 들어보면 정말 멋지고 또 가슴뭉클한 이야기들이 많아요.

짧은 비데오를 첨부했는데 혹시 영어를 전부 알아듣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의미를 대부분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우리가 어릴때는 종기가 흔하더니, 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지금도 이렇게 혹이 많이 나네요. 다 가난의 소치겠지요. 그 혹도 가난도 본인들에게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이렇게 훌륭하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노력하건만, 스나미처럼 몰려드는 환자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나쁘고 독한 질병들에 비하면, 이 배에서 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요 바다물을 양동이로 퍼올리는 모습이라는 것을 굳이 그 긴 줄, 아픈 사람들이 밤잠 자지 않고 먼길을 와서 마지막 희망으로 기다리건만 대부분은 돌아서야 하는, 그 긴 줄을 확인하지 않고서도 알 수가 있겠지요. 한 의사가 말하고 있군요. ‘우리도 새발의 피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우리는 그래도 한 번에 한 사람씩 최선을 다한다.’ 이 의사들도 간호사들도 엑스레이 기사들도 선장도 갑판원들도 또 전산지원자들도 대부분이 기독교인들인 줄 알지만, 나는 이들이 훌륭한 보살이라고도 표현하고 싶습니다. 보살은, 오늘 자기가 처한 자리에서 의심없이 최선을 다하지만, 덧없는 삶의 본질을 꽤뚫어 보기에, 최종적으로는 그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하지요.

나는 무슨 박애주의자도 아니고, 이 사람들 인생을 바꿀 100불짜리 수술 보다는 내 입에 들어가는 100불짜리 고급 술이 더 중요한 사람이지만, 이런 것들을 보고 또 알고 나니 마음이 전과 같지 않습니다. 나도 버디 개주인으로, 그 넘 눈 밑에 난 무슨 종양 수술을 하는데 상당한 돈을 형편이 허락하는 대로 스스럼 없이 썼었지만, 이렇게 불행한 사람들, 평생을 이런 큰 혹이나 끔찍한 불구 또 여러가지 질병에 시달리며, 별 희망도 없이 온 가족이 힘들고 우울하게 살아야 하는 그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의 그 긴 줄을 보고 나니, 감히 ‘사람들’ 앞에서 ‘개’ 수술 이야기 따위를 ‘큰 소리’로 떠들어 대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 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물론 개 수술도 하고 고급 술도 먹겠지요. 그리고 남의 개 훔쳐다가 개소주 해 먹은 넘을 잡아다 재판도… 하지만 사람의 도리가 무었인지, 나와 우리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었인지, 내가 가진 것은 무었인지 또 그들이 가지지 못한 것은 무었인지, 여러번 곰곰히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