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마디로 인간이란 존재를 ‘짬뽕’이라고 정의하겠다.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지성과 무식, 평화와 폭력, 이기심과 희생심 그리고 맵고 짜고 쓴 맛과 단 맛 등이, 마치 물과 기름처럼 유리병 속에 기묘하게 뒤섞여 있다가 때와 장소에 따라 이리저리 분출되는 그런 존재라고나 할까.
나는 많이 배우고 성공한 사람들 속에서 직장생활을 오래 해왔고, 내 수준을 넘는 친구들도 꽤 만났으며, 하다못해 골프조차도 가장 성공한 부류들과 어울려 쳤다. 도덕적으로 기대되고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여러 종교의 수행자들과 지도자들도 알아봤고 또 만나봤다.
이런 사람들 중에서 특출하게 뛰어나서 나를 감탄하게 하고 존경심을 불러 일으킨 사람은 드물었다. 대부분은, 그들이 소유하고 또 드러내는 학위, 돈 , 직위와 걸맞지 못한 수준의 언행을 보였으며, 일부는 그야말로 못된 철부지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도 어쩌면 ‘그들의 자리’에서는 타인들이 우러러보는 관료, 학자, 사업가, 의사들일 것이다. 아마도 ‘어떤 시간’ ‘어떤 장소’에서는 병 위에 고여있던 향기로운 올리브 기름이 분출되다가, 다른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는 병 아래 고여있던 (그래서 올리브 기름이 잠시 덮고 있던) 악취나는 오물이 분출 되는 바로 이런 꼴이 우리 인간의 진면목이 아닌가 싶다. 내가 직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것들이 하도 많아서, 사람들이 마치 전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를 자연스래 대하며 어울려 사는 것이 오히려 내게는 신기하고 의아하다. 다른 어떤 동물도 (의도적이건 아니건) 이만큼 속고 속이고, 또 이렇게 이중성을 가지고 존재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인생이 묘미가 있다는 것을 차차 깨닫게 된다. 그리고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끝없이 제자리로 되돌아 오고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삶이지만 나름대로의 도전과 발전이 (혹은 응전) 그속에 존재한다는 것도. 이전에는 이런 인간의 진면목을 단지 혐오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서로 조심해야 하겠지 언제 어디서 너와 나의 오물이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르기에. 또 기대도 낮추어 살아야 하겠지. 이런 나를받아들이듯 그런 너를 또한 받아들여야 하니. 짬뽕이 짬뽕과 뒤섞이는 왕짬뽕 세상 왕짬뽕 인생이로구나 🙂